[이코노미스트] 명동 약국에 외국인 줄서는 이유…‘약’ 아닌 이것 사러 간다
와우패스 상반기 결제 데이터 분석…명동 등 서울 주요 상권에 80% 집중 방문 목적 72%가 뷰티·건강…재생크림·트러블 케어 제품 인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약국 쇼핑’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감기약이나 진통제 등 의약품을 사기 위해 약국을 찾는 전통적인 모습과 달리 최근에는 재생크림과 스킨케어 제품, 영양제 등을 구매하는 새로운 K뷰티·건강 소비처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방한 외국인 전용 결제·커머스 플랫폼 ‘와우패스(WOWPASS)’를 운영하는 오렌지스퀘어는 최근 3년간 상반기(1~6월)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의 국내 약국 결제액이 2년 사이 약 10배 증가했다고 10일 밝혔다. 같은 기간 결제 건수도 약 5배 늘었다.
결제액 증가 속도가 건수보다 두 배가량 빠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단순히 약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을 넘어 한 번 방문했을 때 구매하는 규모도 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인의 약국 소비는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서울 핵심 상권에 집중됐다. 올해 상반기 약국 결제액의 약 80%가 명동·홍대·강남·성수 일대에서 발생했다. 특히 명동이 전체 결제액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외 지역에서는 부산과 인천, 제주 등 주요 관광지의 약국 이용이 많았다.
외국인이 약국을 찾는 목적도 달라졌다. 와우패스 앱에 축적된 약 40만건의 ‘플레이스 리뷰’를 분석한 결과, 방문 목적을 밝힌 외국인 가운데 72%가 미용 또는 건강·영양제 관련 제품을 사기 위해 약국을 방문했다. 질병이나 증상 치료를 목적으로 의약품을 구매했다는 응답은 28%였다.
실제 후기에는 국내에서 의료·미용 시술을 받은 뒤 재생크림을 구매하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가 영양제와 화장품까지 함께 구매했다는 사례 등이 담겼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테스터나 외국어 응대 여부 등도 약국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품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품목은 재생크림 등 피부관리용 크림류였다. 여드름·트러블 관리 제품이 뒤를 이었고 영양제·건강기능식품, 스킨케어 화장품, 인공눈물·눈 영양제 순으로 많이 언급됐다. 반면 감기약을 비롯한 일반적인 치료 목적 상비약은 상위 5개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약국을 일종의 쇼핑 정보로 공유하기도 했다. 일본어나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약국이나 인기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 할인·이벤트 정보를 리뷰를 통해 서로 추천하는 식이다.
와우패스의 플레이스 리뷰는 실제 와우패스 카드로 해당 장소에서 결제한 이용자만 작성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한국을 방문한 110여개국 관광객이 리뷰를 남겼다.
오렌지스퀘어 관계자는 “약국이 단순히 상비약을 구입하는 곳을 넘어 K뷰티와 건강 관련 소비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소비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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