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BTS 넘어 세종대왕에게로… K콘텐츠 열풍, 유학생의 전공을 바꾸다
- kangsj8
-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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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7명 "한국어 배우러 왔다"…올리브영 쿠팡은 유학생활 필수품
K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한류 열풍이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학문적 탐구’ 대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7명이 유학 목적으로 ‘한국어’를 꼽았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어를 아예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팝과 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이 한국이라는 나라와 언어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이어지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방한 외국인 전용 결제 플랫폼 와우패스를 운영하는 오렌지스퀘어는 16일 상반기 유학생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유학 생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을 찾는 유학생들의 동기와 생활 방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이들이 국내 소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유학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한국어 학습이었다. 응답자의 70%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선택했다고 답했으며 한류 콘텐츠를 가까이에서 즐기고 싶다는 응답도 30%에 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의 학문적 열의다. 유학생 10명 중 4명은 ‘한국어’를 실제 전공으로 택했으며 인문사회(20%) 경영경제(10%)가 그 뒤를 이었다. 연극 호텔관광 미디어 등 K컬쳐 관련 전공을 선택한 학생도 10%에 달해 문화적 관심이 학업으로 직결되는 양상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실제로 최근 중화권에서는 한국의 방송 PD를 꿈꾸며 미디어 관련 학과로 진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트렌드는 선호 대학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가 나란히 최상위권을 차지했으며 경희대 서강대 한국외대 한양대가 뒤를 이었다. 특히 일본과 중화권 여성 유학생들 사이에서 이화여대의 선호도가 높은 현상은 자국 내 여자대학교의 높은 위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유학생들의 주 연령층은 2000년대생으로 소위 ‘알파세대’가 한국 유학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자국 대학 졸업반 시절 교환학생으로 오거나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한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40%가 1학년인 점은 K콘텐츠를 보고 자란 세대가 본격적으로 한국 유학 시장에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장밋빛 꿈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학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절반이 ‘언어 소통’을 꼽았다. 한국어를 배우러 왔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언어의 장벽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어서 경제적 부담(40%) 친구 사귀기의 어려움(20%) 높은 학업 난이도(20%) 순으로 고충을 토로했다. 복잡한 국내 은행 시스템과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기숙사 배정 문제 역시 이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한국에서 어디에 가장 많은 돈을 쓸까. 지출 항목 1위는 음식(50%)이었고 주거비(40%)와 학비(30%)가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들이 일상에서 가장 애용하는 서비스와 브랜드다. 유학생 10명 중 무려 8명이 ‘올리브영’을 이용한다고 답해 K뷰티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쿠팡(50%)과 배달의민족(40%)의 높은 이용률은 이들이 한국의 편리한 디지털 소비 생태계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제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띈다. 학교 연계 체크카드를 제외하면 와우패스(50%)가 자국 신용카드(20%)나 현금(10%)을 제치고 가장 보편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겪는 금융 서비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특화 서비스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한국 유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응답자 전원이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절반은 ‘매우 만족’을 선택했다. 이는 한국 유학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27만257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나 증가했다.
오렌지스퀘어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도 와우패스를 한국에서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외국인 유학생의 결제 편의 서비스 외에 다양한 기능 혜택 등을 지속 발굴 및 개발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업체와의 제휴 등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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