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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대표인터뷰] 공짜 지도 팔던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여행 스타트업 대표 된 사연


태국 여행 / 사진=PEXELS


환전도 하지 않고 카드 한 장 들고 태국에 즉흥 여행을 떠나온 당신. 기차에서 내렸는데 아뿔싸. 카드를 놓고 내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해서 패닉 상태에 빠질 테지만 이 남자는 달랐다.


곧장 역에서 몇백m 떨어진 태국 관광 안내사무소로 직행했다. 그곳에서 무료 지도를 얻은 뒤 다시 기차역으로 갔다. 이곳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행객에게 공짜 지도를 몇 밧 정도 받고 팔아 밥값을 마련했다.


여행자, 지도 / 사진=PEXELS


기차역에서 안내사무소가 꽤 멀어 들르기 번거롭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공짜 물을 돈 주고 팔았다는 전래동화 속 봉이 김선달의 현대판이나 다름없다. 당시 대학교 2학년에 불과했다는 이 일화의 주인공은 이장백 오렌지스퀘어 대표의 얘기다.


타지에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자처했던 그가 외국인 선불카드 1위 오렌지스퀘어의 수장으로 거듭나기까지. 여행업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그를 여행플러스가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이장백 오렌지스퀘어 대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안녕하세요. 오렌지스퀘어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장백입니다. 2020년 국내 최초로 외국인 전용 선불카드 사업 구상을 시작했고 2022년에 ‘와우패스’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Q2. 외국인 전용 선불카드가 무엇인지. 와우패스를 한마디로 소개해 달라.

 

와우패스 카드 / 사진=오렌지스퀘어


한마디로 와우패스는 대한민국 자유이용권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거나 계획할 때 흔히 교통·환전·결제 등 문제에서 걸림돌이 생깁니다. 이 세 가지 문제를 와우패스라는 카드 한 장으로 해결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이 카드 없이 어떻게 한국을 여행했었지’ 생각하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저희 카드 이름이 와우패스인 이유도 외국인 관광객이 “와우”하게 만드는 ‘패스’라는 뜻을 담아 직관적으로 붙였습니다.


 

Q3. 국내 최초 외국인 전용 선불카드라고 들었다. 어떤 경위로 외국인 선불카드 사업에 뛰어들게 됐는지.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홍콩에 자랐습니다. 홍콩에서 만난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했을 때 그들이 이곳에서 겪는 불편함과 자연스레 마주하게 됐죠.


그 예로 명동에 묵지 않는데도 굳이 환전소가 많은 명동까지 가서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또 카드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기껏 열심히 환전한 현금을 내밀 때 “현금밖에 없냐”는 등의 핀잔을 듣는 걸 실제로 봤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은 이런 면에서 굉장히 불편한 나라구나 싶었습니다. 이때 외국인 전용 선불카드 시장에 관심이 생겼고요. 이후 홍콩 여행 필수품이라고 불리는 환불과 충전이 쉬운 비접촉식 교통카드 ‘옥토퍼스 카드’에서 착안해 지금의 와우패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오로지 외국인에만 집중했습니다. 보고 계시는 국내 독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와우패스는 한국인은 발급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내국인 카드 시장은 원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기에 시장을 확장해 버리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와우패스 무인 안내기기에 여권을 가져다 대면 ‘외국인’ 여권만을 인식해 카드를 발급해 줍니다.


 

Q4. 1년 9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달성했다. 어떤 요소가 먹혔다고 보는지.

 

이장백 대표가 오렌지스퀘어 본사 내부에 있는 무인 기기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와우패스는 외국인 고객에게 완전히 집착했습니다. 외국인은 한국에 오면 대부분 환전을 위해 명동 환전소를 찾습니다. 여기에 교통카드는 따로 사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죠. 외국인 관광객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에 오는 외래 관광객은 일본·중국·대만·베트남 등으로 아시아권이 대부분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NFC(근거리 무선 통신)나 QR 결제를 주로 이용합니다. 이와 달리 현재 국내 카드 결제기의 90% 이상이 IC(집적회로)나 MST(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이죠.


신나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큰 요인이 제한적인 카드 결제 방식이라는 말입니다. 이걸 와우패스가 해결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우패스 무인 기기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오렌지스퀘어


와우패스 카드는 명동이나 홍대 등 전국 관광지에 있는 무인 안내기기에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기에 여권만 갖다 대면 교통카드·환전·결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나옵니다.


골목에 있는 환전소가 아닌 번화가의 무인 기기에서 돈을 찾을 수 있어 여성 고객들에게는 안전 측면에서 호평받았습니다. 또 기기에서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외국어 서비스도 지원해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죠.


심지어 출시 초반인 2022년에는 조심스러워서 마케팅을 일절 하지 않았는데요. 정말 감사하게도 코로나 이후 한국을 찾았다가 우연히 와우패스를 써 본 외국인 고객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늘어나다가 올해 가입자만 100만 명을 찍은 겁니다.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진 입소문 덕인지 올해 6월 기준 사용자의 65%가 20·30세대로 상당히 젊습니다.


 

Q5. 외국인 선불카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후발주자도 많이 보인다.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세 가지를 꼽자면.

 

이장백 대표가 오렌지스퀘어 본사 내부에 있는 무인 기기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첫 번째 경쟁력은 앞서 언급한 무인 안내기기입니다. 사업 출시에 앞서 외국인에게 어떻게 이 카드를 쥐여줄 것인지, 또 어떻게 외화를 충전해 주고 환불해 줄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24시간 돌아가는 무인 기기로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게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해외에서의 인지도입니다. 외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내 돈을 맡기는 건데 이건 사실 엄청난 신뢰도가 필요한 일이죠. 내수 기업은 사실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와우패스는 태초에 외국인만을 겨냥해 만든 서비스여서 그런지 인지도를 빠르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태생부터 전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사업 기획서부터 영어로 썼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려고 앱을 만들 때도 영어나 중국어로 두고 봤습니다. 그 덕에 사용자 경험(UX)을 외래 관광객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었습니다.


 

Q6. 들려준 태국 여행 얘기가 굉장히 재밌었다. 그 경험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맞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그 경험을 하고 나는 뭘 해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죠. (웃음)


타지인으로서 외국에 나오면 그 나라의 결제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신용카드 인프라가 굉장히 발달한 우리나라와 달리 카드 한 장만 믿고 나가면 안 된다는 걸 알았죠. 이 경험이 지금 와우패스의 토대가 됐습니다.


 

Q7. 일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꼽자면.

 

이장백 오렌지스퀘어 대표가 당시 일화를 얘기하고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와우패스는 카드를 잃어버려도 여권만 스캔해서 본인 인증을 하면 바로 카드를 재발급받을 수 있는데요. 발급 뒤 새 카드에 잔액이 자동으로 옮겨집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많은 고객이 저희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초창기에 직접 외국인 고객 민원을 아침에 받은 적 있습니다. 그때 이분이 이태원에서 놀다가 지갑부터 호텔 키까지 전부 다 잃어버리고 딱 여권만 남아있던 상황이었죠.


여권으로 무인 기기에서 카드를 다시 발급받았는데 거기에 30만 원이 그대로 들어있어서 정말 감동했다는 말을 꼭두새벽부터 전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그 분이 기쁜 마음에 저한테 오늘 밤에 같이 술 마시자고 그런 제안을 했었던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웃음) 이 서비스가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구나 싶어서 뿌듯했습니다.


 

Q8. 최근 100억 원 투자 유치를 받았다. 비결이 뭔지.

 

돈 / 사진=pexels


지금 시장 상황에 맞는 좋은 아이템 덕인 듯합니다. 오렌지스퀘어는 2022년 출범 직후 매출이 8억 원대였습니다. 그게 지난해 106억 원으로 13배 넘게 뛰었죠. 지금 사실 경기도 어렵고 투자 혹한기입니다. 그런데도 시장은 돈이 있습니다. 그 돈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몰린다고 생각합니다. 실적과 사업성을 두루 보고 될 것 같으니 투자해 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나서서 IR(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설명)을 했는데 그 모습에서 제 진심이 전달된 것 같습니다. 출시 초기에 명동 거리에서 와우패스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직접 거리 홍보에 나선 적이 있었는데요. 투자 유치 설명회에서도 그때의 간절함과 진정성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Q9. 지난해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매출 면에서 올해 목표가 있다면.

 

간단합니다. 흑자 유지하면서 올해는 매출 면에서 모든 지표를 작년의 두 배로 성장시킬 겁니다.


 

Q10. 와우패스 사업의 확장 계획이 있나. 앞으로의 방향성은.

 

저희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우선 와우패스 결제 서비스의 질을 계속 높이면서 더 공고히 할 거고요. 또 우리는 우리만 잘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업계 전반을 동료 삼아 우리에게 쌓인 소비데이터를 가지고 소상공인이나 지자체 등과 손잡고 국내 관광 사업을 활성화해 나가고 싶습니다.


 

Q11. 예정한 새로운 소식이나 행사가 있나.

 

올해 3월 3일에 처음으로 했던 할인 행사인 와우페스타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3월 3일인 이유를 굳이 보충 설명하자면 ‘303’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WOW’ 형태처럼 보여서입니다. 제휴 매장에서 결제 시 3030원을 할인해 주는 소소한 행사였습니다. 고객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매년 이런 할인 행사를 여러 기업체와 손잡고 열 계획입니다.


 

Q12. 오렌지스퀘어 대표로서 목표가 있다면.

 

이장백 오렌지스퀘어 대표가 와우패스 카드를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인바운드(외국인 국내 관광) 여행업계의 ‘유니콘’으로 거듭나서 상장까지 하고 싶습니다. 실적을 부풀리지 않고 되는대로 차근차근 지표를 내면서 우리 서비스를 ‘되는 서비스’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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